KT 디지에코 오픈세미나로, 오늘 3월 22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시골의사 박경철 선생님의 '미래사회의 패러다임'이라는 강연이 있었습니다. 저는 6시 학교 수업이 끝나는데로 바로 강연을 들으러 향했죠. 최근 안철수 교수님, 방송인 김제동님과 같이 MBC 스페셜에도 나오셨는데, 정말 '참지식인'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연을 듣고 나름의 쇼크(?)를 받은 저로서는 집으로 와서 열심히 블로그에 강연 얘기를 전해드릴 마음이 마구 솟구쳐나네요!



    학교에서 바로 갔는데도 10분이 늦어서 뒷문으로 들어가 조용히 구석자리에 급히 앉았습니다. 사회자분의 소개가 있고 본격적인 강의는 그즈음부터 시작해 다행히도 박경철 선생님의 이야기를 빠짐없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는 경제학 강의 시간처럼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내용은 저나름의 정리와 소감을 더했습니다. 저의 덧붙임은 []로 표시했습니다.)


     대 경제학의 주류라고 할 수 있는 케인즈라는 경제학자는 대공황 직후였던 1930년대.. 대공황으로 모두가 경제에 대해 비관적으로 생각했을 시절... 100년 이후[100년인지 확실히 못 들었네요] 사람들은 지금보다 4배에서 8배 정도 잘 살게 될거라 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 이후 세계경제는 6.6배 성장했으니 그의 예측이 맞았다고 할 수 있죠. 그러나 그가 또한가지 말한 것이 있는데, 그러한 경제성장을 이루더라도 사람들이 모두 행복해질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했습니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중심 가치관이 바뀌어야한다고 말했죠. 경제학에서는 행복을 '가진 것'(분자) / '욕망' (분모)로 보는데, 과거 1800년 이전에는 생산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주로 분모인 욕망을 작게 해서 행복해질 수 있다는류의 철학이 많이 퍼졌습니다. 이러한 생산력에 한계가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농경사회.. 즉 아무리 일해도 관리로부터 수탈을 당하고[사유재산의 확립이 안되었다], 천재지변에 취약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1800년대부터는 권리장전 등으로 기본권을 보장받고[열심히 일해서 부를 축적할 인센티브 확립], 산업혁명으로 인한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위에서 말한 '가진 것'을 늘림으로써 행복해질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합니다.[이에 대해 설명하면서, 앵거스 메디슨(?)이라는 경제학자의 캐리 커머스 달러를 기초로한 2000년 간의 경제 성장 연구에 대해서도 언급하지만, 생략합니다.] 하지만 케인즈가 우려한 것은 이런 식으로 '가진 것'을 늘릴 수 있다고 해도, 결국 분모인 '욕망'이 늘어나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에 과거보다 훨씬 경제적으로 성장했음에도 행복한가?라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사 선생님이기도한 박경철 선생님은 그레이 아나토미에 대한 이야기도 하십니다. 선생님께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바로 유명 미드의 제목이기도한 '그레이 아나토미'였다고 하시는데, 선생님의 머리통만한(?) 크기로 서점에 있는 책중에 가장 두꺼운 책이 틀림없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그 책을 본과로 진학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부해서 통과를 해야만 한다고 합니다. 그 책의 서론은 '인간의 생명은 소중하다'로 시작한다고 합니다. 바로 의학의 대전제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그것과 같이 경제학에서 전제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자원은 유한하다'. 즉 희소성(Scarcity)이죠. 최초의 경제학자라고 할 수 있는 애덤 스미스가 당시 생산력의 제한으로 자원의 희소성을 경제학의 전제로 했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140배 정도 잘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항상 살기 힘들다고하며, 아직도 자원이 풍족하다고 하지 않습니다. 분명히경제성장을 이루었는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부족함을 느낀다는 것은 애덤스미스의 시대에 부족함은 '절대적 부족', 지금 시대의 부족함은 '상대적 부족'이라는 것이죠.


    리나라 사정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조광조-좌빨 비유 등 재밌는 이야기도 있지만 생략하고.. 일제로부터의 독립 이후, 대한민국은 산업화 과정을 거칩니다. 전쟁으로 황폐화된 곳에 공장을 세우고 한 1세대 자본가들은 '직관 + 통찰력'의 승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직관보다는 통찰력으로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는 대기업이 그 당시에 세워진 것이죠. 전쟁 후 물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기업은 많이 찍어내면 소비자들은 알아서 사가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경영학과 관련된 부분이네요] 아무리 구닥다리 같은 TV라도 있다/없다가 중요한 거였죠. 80년대까지는 그런 식의 기업 운영이 가능했지만, 90년중후반부터는 '절대적 부족'의 시대가 끝나가면서 그런 기업들이 픽픽 쓰러져 나갑니다. 지금 살아남은 기업들은 '상대적 부족'을 자극했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특히 그러한 데에는 '테크놀러지'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예전 프로젝션 TV가 처음 나왔던 시절, 멀쩡히 잘 나오는 브라운관 TV가 있어도 사람들은 프로젝션 TV를 구매했고, 얼마 안되어 LCD, PDP TV가 등장하였으며, 월드컵 때는 박지성이 화면 밖으로 나오는 3DTV까지 등장합니다. 이에 대해 우리는 합리적인 의심이 필요한 것이죠. 이른바 '폐기를 바탕으로한 성장'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러나 이러한 식의 성장은 현재 기술 발전의 한계가 점점 다다름에 따라 그 끝이 보이고 있습니다. 바로 새로운 패로다임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죠. 박경철 선생님께서 아이폰을 처음 보고 놀랐던 것은, 성능 같은 것에 놀란 것이 아니라 바로 사용설명서가 없다는 점이었다고 합니다. 아이폰에 써진 대로 밀라고 해서 밀었고, 설정이라고 써진 곳이 있길래 들어갔더니 이런 저런 설정을 바꿀 수 있었다고 합니다. 반면, 국산 스마트폰은 메뉴얼을 읽다가 10페이지에서 갑자기 40페이지로 가라고 해서 갔다가 다시 20페이지로 가고... 사용법이 너무 복잡했다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바로 'For Human', 사람을 위한 기술... 직관성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의 우리나라 휴대폰 발전사를 보면, 사진을 찍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카메라폰, 지하철에서 디엠비도 봐야하니 디엠비폰, 밝은 태양아래서 문자도 보내야하니(1년중 몇번이나 그럴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몰레드.. 후에는 무슨 슈퍼아몰레드까지.. 이런 발달 과정이 진정 인간 사용의 편의성을 늘려주기 위한 기술인지, 폐기를 바탕으로한 성장을 위한 기술인지는.. 답이 뻔히 보이는 것 같습니다. [후반내용은 시간에 좀 촉박한 것 같았습니다.]



    경제학과의 4학년인 저로서 느끼는 바가 많았습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거시경제학 내용에 의하면, 그간 인류의 발전은 생산요소 투입... 즉, 노동과 자본(토지, 생산시설 등) 투입을 늘림으로서 가능했고, 그런 방식으로의 성장이 둔화된 요즘(특히 한국)은 그보단 생산성 향상에 의한 성장만이 돌파구라고 배우고 있죠.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IT 분야의 발전을 통한 생산성 향상, 이로인한 경제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배우는데... 박경철 선생님은 이를 정면으로 뒤엎어버리는 강연을 하신 것이죠. 제가 그동안 배운 것이 100% 잘못된 것이다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경제학을 배우기 전에는 전제에서부터 비판적으로 생각해 보는 것, 마케팅은 왜 해야하고.. 어떻게하면 안되는지.. 뿌리부터 생각해보는 습관을 길러야 할 것 같네요.(이제 4학년인데?;;)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한 강연을 저만 알 수가 없어서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포스팅했습니다. 학교에도 특별강연 건의를 해서 주변 학생들에게도 교과서에서는 나오지 않는 세상을 보는 또다른 시각을 알려주고 싶네요. 인상 깊은 강연을 해주신 박경철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by Duffy 2011. 3. 23.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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